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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노트북 보조금제, 기대와 문제점

탈출시도자 2008. 9. 14. 01:16

미니 노트북 보조금제, 기대와 문제점 (첫 화면, 미니 노트북 보조금제, 기대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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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니 노트북을 사려는 이들 가운데 와이브로를 옵션이 아닌 필수 선택으로 놓은 이들은 좀더 참을성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동시에 눈을 크게 열고 귀를 쫑긋 세우라. 발품을 좀 팔 준비도 좀 하고. 그래야 미니 노트북을 남들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앞으로 미니 노트북을 살 때 조건에 따라 할인을 받는 보조금 시대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노트북 보조금은 휴대 전화에 가입할 때 받는 보조금과 별반 다른 게 없다. 휴대 전화를 살 때 가입하는 이동통신사에서 보조금을 대듯 노트북 보조금 역시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해 일정 기간 쓰는 조건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이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싸게 제품을 싸게 사고, 통신사업자들은 장기간 무선 통신 서비스를 소비하게 만들어 수익을 얻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100% 다 그런 것은 아닌, 허울 뿐인 제도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 제도는 와이브로나 3G, 무선 랜 같은 데이터 기반의 통신 서비스에서 국내외 데이터 통신 사업자들이 앞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거나 이미 도입된 상태다. 특히 휴대하기 좋아 움직이면서도 PC 작업을 할 수 있는 미니 노트북이나 넷북 같은 장치가 쏟아지면서 점차 무선 통신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증가함에 따라 통신 사업자들이 그 수요를 늘리기 위한 하나의 판매 전략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은 KT다. 와이브로에 투자을 아끼지 않고 있는 KT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PC나 노트북 보조금 지급에 대해 꽤 오래 전부터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다. 2006년 5월 8일자 전자신문 '와이브로 보조금 관심 쏠린다'라는 기사에서 정통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와이브로 가입을 전제로 노트북 PC의 보조금 지급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정부 입장을 전하기도 하는 등 와이브로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뒤따를 보조금이 있을 것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조금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약정제로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미니 노트북은 보조금은 아직, 가능성은 열려
KT는 PC를 살 때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최대 24만 원까지 보조해주는 의무 약정제를 지난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년 6개월여 만에 공식적인 보조금제를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PC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KT 와이브로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약정에 대해 고객 센터에 확인한 결과 KT가 지정한 보급형 PC 한 모델에만 적용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당장 미니 노트북은 이 약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종전 고지된 약정제를 60만 원짜리 미니 노트북에 반영했을 때 잘하면 36만 원에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실제로 미니 노트북에는 이 요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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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지정 와이브로 PC외에 보조금 지급이 없던 것은 아니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UMPC나 노트북에 보조금 지급은 있었다. 2007년 삼성 Q1 울트라가 출시되면서 최대 24만 원의 와이브로 보조금이 붙었고, 에버런 역시 같은 금액의 보조금을 지급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할부 제도를 이용한 변형된 보조금제도 등장했다. 지난 6월 말 한국HP와 아수스, 고진샤 등에서 출시된 2133 미니, EeePC 701, E9을 KT 와이브로 가입과 함께 구매하면 18~24개월 동안 매달 1만5천 원~ 2만5천 원만 납부하는 할부 판매도 진행했다. 제품마다 할부 금액이 달랐지만 대체로 정식 소비자가 대비 15~20만 원 정도의 할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데다, 매달 와이브로 요금과 함께 할부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라 소비자 부담이 적은 것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KT 측에서는 내다본 모양이다.

KT에 확인해보니 지금도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아수스 EeePC 701과 고진샤 E9에는 이 할부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HP 2133만 약정 판매를 하고 있다. 24개월 약정에 60만 원으로 매달 2만5천 원씩 내야 한다. 납부 금액과 방법에서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식 보조금도 아닌 할부 판매를 통한 변칙 지원이라는 점은 약간 꺼림칙하다.

그런데 지난 9월 2일, KT 와이브로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눈길을 끈다. 삼성, LG, 한국HP, 고진샤, TG삼보, 코원 등 우리나라에서 노트북과 PMP를 유통하는 13개 업체를 모아 와이브로 협력 시스템인 와이브로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는 자리에서 미니 노트북 보조금 제도를 다시 언급했다. 와이브로와 미니 노트북을 함께 살 때 12개월 또는 18개월 약정으로 12~20만 원을 보조할 것이라는 사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진 것이다. 미니 노트북 모델마다 보조금의 규모는 다른 것으로 파악되지만,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하기 위해 미니노트북과 와이브로를 새로 장만할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허나 이 발언이 나온지 열흘이 지난 지금 보조금이 들어간 제품을 파는 곳은 없다. 와이브로 얼라이언스에 전시된 미니 노트북 가운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파는 제품도 실제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KT 고객 센터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HP 2133만이 할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을 뿐, 실제 현장에 보조금을 받는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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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 온 주의 사항들
그런데 미니 노트북 보조금제에 대해서 업체가 말하지 않는 소비자 주의사항도 몇 가지 있다.

먼저 미니 노트북 값에 따라 보조금 혜택이 전혀 없는 경우다. 보조금 약정제는 시중가격이 아닌 공식가 대비 지원 금액이다. 때문에 실제로 지원받는 금액은 아주 많지 않을 수 있다. 지금 KT에서 할부 프로그램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HP 2133은 정식 판매가가 79만9천 원(비아 1.6GHz, 램 2GB,  120GB 하드디스크)이지만, 시중가격은 67만 5천 원이다. KT의 24개월 할부가는 60만 원. 정식가로 치면 20만 원, 시중가와 7만 5천 원이 차이난다. 7만 원이 넘는 적지 않은 돈을 아낄 수 있지만, 실제 시중가 구매와 비교하면 20만 원을 보조받는 제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약정일수가 짧으면 그만큼 보조금이 줄어들어 7만원의 혜택마저 누리지 못할 수 있고, 오히려 약정에 발목을 잡혀 해지시 중도 위약금을 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제품 모델도 문제다. KT가 모든 미니 노트북에 보조금을 지원할지 여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보조금 지급을 위해서는 노트북 업체와 공급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 모델이 결정된다. 소비자가 점찍은 제품이 보조금을 받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다양한 제품에 보조금을 받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장담하기 힘들고 낙관도 어렵다.

마지막 구매 장소의 문제다. 지금 KT 할부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보자. 할부 구매를 이용하기 위한 제품 문의나 와이브로 가입 문의는 전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을 사려면 반드시 전화국에 가야만 한다. 통신 판매나 그 밖의 판매 시스템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탓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조금제가 시행되었을 때 이러한 불편을 어떻게 없앨 지는 미지수다.

아직 보조금에 대한 구체적 발표가 나오지 않았기에 KT의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과도한 보조금으로 규제 법안까지 마련된 휴대폰과 달리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줄이고 통신 업체의 이익을 높이는 교차점에서 책정한 적정한 보조금은 그리 나쁘게 볼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와이브로 상용화 이후 알게 모르게 진행된 보조금제를 살펴보면 실제 혜택이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출시 초기 가격이 유지되지 않는 미니 노트북 시장의 특성과 연동된 보조금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앞서 지적한 대로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보조금제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을 기다린다.

덧붙임 #
미니 노트북 보조금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선보여질 모양이다. AT&T, T-모바일, 스프린트 같은 이통 사업자들의 델의 인스피론 미니와 함께 자사의 3G나 무선 랜 서비스에 장기 가입하면 보조금을 줄 예정이다. 보조 금액은 5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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